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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주연 평생교육 전문기자

  • 승인 2019.05.28 07:46

  • 미지급 월급 4천만원을 기부하며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무리수일까요? 쓸데 없는 일일까요? 저도 평생교육사입니다. 그런데 기부라니요. 뻔한 월급은 다들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주인공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제 친구 이용경입니다. 둘이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에서 근무한 기간을 합치면 60년에 가깝습니다. KACE는 재단이 제기한 명도소송으로 인한 강제집행으로 강의실 집기를 들어내서 강의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합니다. 공공기관과 체결한 사업은 자진 취소해야 했고 새로운 사업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통장이 압류되고 강제집행 당한 강의실을 가진 시민 단체가 어떤 사업이 가능할까요? 게다가 제가 돈을 빼돌려 오피스텔에 투자했다는 고소장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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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들로부터 받은 고소장


    직장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들어야 했던 비난이 어디 이것뿐이겠습니까. 실무자들은 사직서를 내고 청구서는 어김없이 날라오지만 KACE의 평생교육은 50년의 전통을 지키며 계속되어야 합니다. 사무총장인 저와 제친구 부모교육사업본부 이용경 본부장은 재단의 지원금이 중단되고 KACE가 어려워지면서 받지 못했던 기간의 월급을 일시불로 받았습니다. 사실 받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돈 4천여 만원 전부를 KACE에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을 하며 우리 둘 다 두려워했던 것은 혹 오만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악의적인 소문은 언제나 다시 찾아왔습니다. 월급을 기부하는 일도 새로운 악소문을 만들지 모릅니다. 악소문이 두려워서 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미련함 때문일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강의실을 지키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지역사회교육회관은 50년 KACE 교육의 산실이며 우리 젊음의 모든 것이 담긴 곳입니다. KACE에서 일하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그리고 신경도 못써줬지만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함을 갖습니다. 얼마나 의젓해졌는지. 이제 자기 앞가림할 때가 되어가고 우리는 은퇴 후에 할 일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무위도식’, ‘텃밭 가꾸기’ 생각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고생하는 후배들 놀려 먹으러 지역사회교육회관에 가는 것도 우리의 계획에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 기증하는 돈은 10년 후 어느 날 KACE의 후배들에게 밥을 사줘야 할 돈입니다. 그걸 조금 당겨 쓰기로 했습니다. 지금 이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밥을 사줘야 할 후배들이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 한숨이 나옵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할 일은 밥을 사주는 것입니다. 열심히 하라고 웃어주고 박수 치는 일 일텐데 저희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8억 원이 넘는 민사 소송을 걸었습니다.



    그 선배들은 재단법인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에 있습니다. 원래 재단과 KACE는 한 몸이었습니다. 통장도 서로 같이 사용했습니다. 일정한 역할없이 KACE의 사업을 위해 법적인 부분을 맡고 있던 곳이 재단이었습니다. 깃털이 몸통에 소송을 했다고 봐야 할까요? 재단은 KACE에 8억 여 원의 임대료 소송을 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임대료를 내라고 독촉장을 보내고 소송을 하고 강제 집행을 했습니다. 제 친구와 제가 기다렸던 ‘선배들이 사주는 밥’은 무척이나 쓴 맛입니다.



    우리도 그 누군가에게 선배입니다. 그래서 미지급 월급을 모은 4천 만원을 KACE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돈은 그냥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KACE의 선배와 후배들 그리고 수 천명이 넘는 지도자 선생님들의 꿈을 키우는 거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꿈에서 자라난 열매를 먹은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학생들은 다시 KACE에 자신들의 꿈을 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많은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재단과의 갈등이 생기면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지금은 현실보다 더 생생한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기부를 같이 하게 된 용경이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한국 평생교육의 미래로 만들고 싶습니다. 선배들이 일구었던 1700 여 개 지역사회학교를 다시 복원하고 싶습니다. KACE 지도자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을 가르치며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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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학교 현판식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우물 밖으로 나와 전국의 협의회가 그 지역의 평생교육 기관 시설을 위탁하여 50년 평생교육의 경험을 지역사회의 공기관, 단체들과 나눌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위탁한 시설에서 지역주민의 성장을 도울 수 있게 부모교육에서 인성교육, 학습동아리 교육, 시민교육까지 그물망처럼 짜여있던 교육프로그램을 시대에 맞게 다시 복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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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사서 운영 회의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마을 공동체의 핵심 리더로 KACE 지도자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마을 배움 센터, 방과후 교실, 키움센터, 평생학습관, 도서관 등 우리 지도자들이 활동할 곳은 많습니다. 기본이 탄탄한 시민교육 강사를 키우는 KACE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은 그 어느 교육과정보다 잘 되어 있습니다. 지도자 양성만 30년 그리고 1년이 넘는 지도자과정은 어느 곳에서도 따라 하기 힘듭니다. 이제까지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왔던 KACE를 열린 조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마을마다 학교마다 KACE 리더들의 활동은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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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CE 전국 프로그램지도자 자격증 수여식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교육 기획, 강사 섭외, 강의 진행, 수강생 관리 등 격무에 시달리는 KACE의 30개 지역 실무자와 활동가 그리고 협회장님들이 돈 걱정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재정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 지역, 재단으로 분리되어 있는 조직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지역별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전국 단위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그 동안 강사로 활동하셨던 지도자 선생님들과 지역협의회에 새롭고 안정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지역의 공공 기관에서 매년 새로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KACE가 하고 싶습니다. KACE는 전국의 지역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지역의 공공기관의 교육 사업에 대한 물적 인적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기획안 작성에서 강사 섭외까지 열악한 지역 평생교육 운동에 전문 지원조직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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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라테라피 - 동료들과 프로그램 나누기


    우리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KACE 50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50년을 만드는 기초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 협의회장님들과 실무자들, 지도자들 그리고 수강생을 포함한 하나의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10년 후 KACE는 1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고 지역사회교육공동체로 성장해야 합니다.



    이 모든 꿈을 KACE라는 밭에 심으려고 합니다. 작으면 작고 크면 큰 돈, 저희가 일해서 모은 돈 4천 만원을 기부합니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재단에게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모든 분쟁을 중단하고 모든 갈등을 종식하고 저희와 함께 새로운 KACE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기를 부탁합니다. 지지도 부탁 드립니다.



    이 모든 꿈은 선배들의 결단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활동하시는 평생교육사님들도 우리와 같은 꿈을 꾸리라 믿습니다. 지나가면서 건네는 한 번의 덕담, 한 번의 위로, 한 번의 따뜻한 눈맞춤이 KACE의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얼마 전에 100회가 넘은 1인 시위를 해온 활동가와 지도자 선생님들 그리고 이 힘겨운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꼭 싸움을 해결하고 단합된 KACE로 다시 설 것을 약속 드립니다. 그 동안 지치지 않고 한 걸음씩 걷겠습니다.



    KACE 사무총장 이주연 드림


    P.S. KACE 부모교육사업본부 이용경 본부장님의 큰 결단에 감사드립니다.

    (별 것 아니라는 너의 웃음에도 고맙다~~ 용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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