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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이 된 평생교육사


이주연 평생교육 전문기자

  • 승인 2019.05.02 20:52

  • 지역도 분리하고 중앙도 내쫓고 재단의 존재 이유는?
    지역사회교육운동 짓밟는 강제집행 중단하라!
    부실 경영 무능 경영, 재단이사 책임지고 사퇴하라!!!


  •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28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남은 것은 ‘지역사회교육운동 짓밟는 강제집행 중단하라’라는 구호가 써진 조끼 하나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는 저에게 오직 하나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이 철거되었습니다. 저에게 남은 목표는 ‘갑질 재단, 재단 아웃!’이 되었습니다. 이 말의 다른 뜻은 저에게는 ‘명예로운 은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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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일 때문에 제 정년이 몇 살인지 알았습니다. 62세. 이 나이가 무에 중요할까요. 제 직장 생활의 끝은 구호가 앞뒤로 써진 조끼인 것을요. 저는 자영업자도 세입자도 아닌 일개 실무자이며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저는 세상과 사무실을 빼앗긴 철거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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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적인 의미의 철거민이 아닙니다. 실제로 철거민입니다. 2019년 3월 15일 8억이 넘는 임차료를 내지 않았다고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사무실과 강의실의 집기는 모두 치워졌습니다. 계고장은 이미 받아둔 터였지만 사실 강제집행이 되리라 믿지 않았습니다. 2014년부터 있었던 재단과 협의회의 갈등은 법정에서만 있었습니다. KACE의 로고와 지적 재산권 분쟁과 CMS 후원금 반환청구 소송에서는 법원이 KACE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정 다툼이 생기기 이전에 같이 일해왔던 사람들인데 일터까지 뺏어갈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고장은 설 전날 전달되었습니다. KACE 직원들과 지도자선생님들은 예산절감 차원에서 설 선물을 직접 준비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모두 함께 전을 부쳐 1년간 도움을 주었던 분들께 전달합니다.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마음은 KACE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집에 가서 다들 전을 부치겠지만 우리는 그 정신을 전통으로 만들어 서로 위로하고 웃어가며 하루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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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 날, 정성을 모으는 바로 그 날, 낯선 남자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와서 싸늘한 눈빛으로 철거집행을 예고하는 계고장을 주고 갔습니다. 재단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KACE의 재정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에게는 8억이 넘는 돈이 없습니다. 8억은 우리를 위협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1심에서 이겼다는 것은 8억을 받기 위함이기보다는 KACE를 해체하고 KACE의 업무를 중단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투행위였습니다. 우리가 겁을 먹고 사무실을 빼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야만 지금 KACE의 건물을 매각하거나, 신축해서 200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살린다는 200억의 돈은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사무실에서 내쫓는 것으로 만들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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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어찌 철거민이 아니겠습니까. 막대한 개발 이익 때문에 지역 거주민을 거리로 내모는 철거반과 재건축조합과 재단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제가 슬픈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왜 KACE의 건물이 개발 이익의 대상이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은 말 그대로 시민운동입니다. 어떤 시민 운동도 돈을 에너지원으로 하지 않습니다. 돈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데 도움을 줄 뿐입니다. 돈이 없거나 재정이 적자가 난다고 사람들을 내쫓고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매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방법을 찾고 문제가 되는 것을 해결해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돈이 목적이 되고 사람은 돈이 되지 않으면 바로 내쫓아도 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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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생각이 억측일까요? 재단은 이미 이전에도 이런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01년 현대그룹 구조정본부에서 지원금을 대폭 줄일 것이라며 지역사회교육운동 재정자립방안 수립을 제안했을 때 재단과 중앙협의회에서 일하던 의사결정권자들은 – 제 선배들은 – 과감하게 ‘독립채산제’를 채택했습니다. 당시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24개 지역협의회에게 자생력을 요구했습니다. 쉬운 말로 ‘알아서 먹고 살아라!’ 이유는 하나 입니다. 현대그룹에서 더 이상 예산 지원이 없으면 지역까지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재단과 중앙은 지역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재단과 중앙을 유지하기 위한 예산은 현 지역사회교육회관의 임대료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배들은 재단과 중앙을 통합하여 운영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재단과 중앙의 경영진은 합리적인 행동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재단의 활동 목적은 정관에도 나와있듯이 지역사회교육운동 지원인데 더 이상 지역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재단의 존재 이유가 연구 사업이든 지원 사업이든 지역사회교육운동을 물적 인적 지원을 하는 것인데 중앙 사업만 남겨놓고 없앤 것입니다. 이때부터 재단은 자신의 생존이 활동 목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재정의 어려움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지금도 재단이 어려울 때 중앙을 임차인으로 만들어서 돈을 내라고 위협하는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재단의 존재 이유는 지역이든 중앙이든 지원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데 이미 자기 존재 이유를 잃었습니다. 저렇게 재단이 생존한다고 지역은 무슨 지원을 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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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 통합조직이며 하나의 조직인 KACE를 세 가지 조직으로 스스로 분리했습니다. 제 명함도 그렇지만 전국에서 일하는 협의회장님과 일꾼들의 명함의 뒷면에는 전국 30개 조직의 이름이 있습니다. 원래 하나의 조직을 지역을 떼내어 중앙과 재단을 남겼고 이제는 중앙마저 떼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재단만 남은 지역사회교육운동이 의미하는 것은 독재와 권위입니다. 재단 운영의 의사결정은 9명의 이사진이 하게 됩니다. 전국에서 일하고 있는 수 천 명의 지역사회교육운동의 활동가들은 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완벽하게 9명만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공익재단의 존재 목적이 이사들 때문입니까. 마음대로 하기 위해 협조하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거나 의견을 제시하려고 하면 바로 다른 조직이니 나가라고 합니다.


    세 번째, 지역도 떼내고 중앙도 떼낸 후 남은 재단은 오직 9명의 이사진들에 의해 좌지우지됩니다. 그렇다면 혹 재단의 존재목적은 9명의 이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 재단 이사진들에는 중앙과 KACE 지적 재산권 소송을 위해 영입해온 변리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재단 건물의 매각 및 재건축 이익을 얻기 위한 전문가인 변호사도 있습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을 위한 재단에 변리사와 변호사라니. 물론 이 두 분은 지역사회교육운동이나 평생교육과 아무 관련이 없는 분들입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에 몸 담고 있는 종사자와 지역협의회 대표들은 다 배제되었습니다. 이렇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금 재단의 성격에 대해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재단은 지역과 중앙을 버리고 오직 부동산 개발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됩니다. 마음 깊이 아니길 빕니다. 하지만 제 의심에는 너무 명확한 근거가 있습니다. 지금 지역사회교육회관 근처의 부동산 개발 상황입니다. 2012년 평당 4천5백만원이 현재 평당 1억원입니다. 회관 주위의 신축된 오피스텔만 5개이며 신축 공사중인 오피스텔은 총 7개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공사현장에서 소음이 들립니다. 아마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 좋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사실 저도 좋습니다. 협의회의 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입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 자산을 매각하든 재건축하든 뭘 하든 간에 9명 재단 이사진의 독선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민주적인 의견 통로 없이 자신들이 임의대로 판단한 재정 부실 상황을 이유로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변경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지금 철거민이 되어 조끼를 입고 있는 것은 재단의 독선적인 행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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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는 주장은 한 마디로 탄핵할 수 있습니다. ‘부실 경영, 무능 경영’ 그 책임을 지라는 말로 가능합니다. 현대그룹에서 재정지원이 끊기면 지역사회교육운동 멈추어야 합니까? 돈이 부족하면 어떻게 모금할 지 고민하고 후원자들을 더 모으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후원회를 조직해서 4억원을 모금해온 중앙협의회의 전회장에게 감사는 커녕 오히려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난했습니다. 지역에서 모금해온 CMS 후원금의 15%를 프랜차이즈 운영하듯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습니다. 1~2억의 돈이 모였을텐데 그 돈 다 어쨌습니까? 임대료 수입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하면서 4천 만원을 떼먹고 도망간 임차인에게 누가 사무실 임대를 주었습니까?


    ‘부실 경영, 무능 경영’의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사실 부동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재단 운영진은 부실 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며 저는 새로운 의심이 듭니다. 혹 중앙협의회를 분리하고 재단에서 지금의 자산을 마음대로 하기 위해 고의로 부실 운영을 한 것은 아닐까? 200억에 욕심을 낸 사람들이 모여 50년 지역사회교육운동을 팔아 먹으려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갈등이 있기 전, 2014년 이전까지 중앙과 재단의 운영은 균형 재정을 이루었습니다. 공익 재단은 손해도 이익도 있으면 안됩니다. 이 균형 재정을 통해서 오직 목적 사업만을 지원해야 합니다. 그런데 목적 사업비를 일부 전용해서 건물 유지보수 비용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유지보수 비용은 떼어 먹힌 임대료와 비슷합니다. 교육 사업에 쓰일 돈을 건물 유지보수 비용으로 쓰고 그런 건물을 다시 매각하겠다고 나온 재단. 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를 합니다.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부실한 재단을 살리기 위해 건물을 매각이나 재건축하면 된다. 그리고 그 개발 이익은??

    우리가 살려야 할 것은 9명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재단이 아니라 수 천명의 피와 땀과 눈물로 키워내온 지역사회교육운동입니다. 재단은 그 목적에 부합하면 활동하고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 생을 끝내야 합니다.


    오늘도 철거민은 계란이 되어 재단이라는 바위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28년 직장 생활을 마감하는 제 사직서는 제 가슴에 쓰여있습니다.


    ‘지역사회교육운동 짓밟는 강제집행 중단하라’

    ‘갑질 재단, 재단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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