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진로지도/홍기형

     1.진로지도의 뜻

    부모 입장에서 사랑스런 자녀들에게 살아 갈 미래의 길을 가르쳐주고 그길에 따른 준비를 언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일은 중요하다.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부모는 점차 자녀의 진로를 생각하고 결정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올바른 삶의 설계를 그려보고 선택하는 일은 자녀가 앞으로 어떠한 직업을 택해서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은 평생의 갊을 좌우할만큼 중대한 진로지도의 과정이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실정이다. 즉 진로지도가 무엇이며, 왜 이것이 필요하며 언제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진로지도란 자녀들이 상급학교를 진학할 때 진학상의 문제를 결정하는 일로 본다든지, 최종학교 졸업때나 가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준비 또는 취업과정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는 것이다.

진로라는 말은 한 인간의 사회적 진출 문제로서 장차의 직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중심으로 어려서부터 깨우쳐 가야 하는 인간성장의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진로선택은 어린 시절부터 갖게 되는 직업에 대한 환상적 관심과 흥미중심의 선택적 사고과정에서 출발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대개 이러한 진로에 대한 관심은 국민학교 단계부터 인식되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단계의 진로탐색경험을 통해 점차 확대 발전되어 간다.

그러므로 진로지도는 어느 특정한 시기나 단계에 이르러 진학이나 취직을 결정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인간의 성장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하는 자기 의사결정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현실적인 자기 능력과 포부수준을 미래의 직업에다 맞추는 일이기 때문에 입시준비를 위한 공부의 문제가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진로준비를 뒤로 미룰 수는 없다. 한 개인이 직업을 선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의 개인적인 적성, 능력, 흥미, 인성, 그리고 가정적 환경 등은 물론 직업세계의 변화추세 및 요구조건 등이 복잡하게 작용된다.

따라서 진로선택은 자신의 여러 가지 조건을 잘 파악해 가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을 잘 따져 결정하고 준비해야 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학교는 학교대로의, 가정은 가정대로의 진로지도를 위한 구체적인 지도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진로지도의 내용과 목표

다음은 자녀들이 자라면서 거쳐가게 되는 진로발달 과정을 각 학교단계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도와주어야 할 진로지도의 내용과 목표를 하나의 모형으로 그려 보기로 한다. 이는 진로발달에 따른 지도내용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단계별로 진로지도의 목표와 내용을 정해 보는 데 도움이 된다.

위에서 제시된 모형을 중심으로 부모가 자녀의 진로지도를 위해 중점을 두어야 할 세 가지 사항을 지도의 목표로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는 자녀들로 하여금 장차의 직업과 관련된 자기의 흥미, 적성, 학업, 능력, 기타 여건 등을 살펴보고 파악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즉 자기의 직업적인 자아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여준 어떤 행동상의 특징이나 성격상의 장점 등을 주제로 장래의 직업생활과 연결시켜 대화를 한다든지,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해서 느끼고있던 여러 가지의 장·단점을 자연스럽게 알려줌으로써 정확한 자기통찰이 가능토록 유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부모들 중에는 자신의 딸이 '나는 이 다음에 과학자가 될 거야' 라고 말하면 '여자가 무슨 과학자니? 시집이나 잘 가면 되지'하는 식의 대화를 하게 되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진로지도에 있어서 부모의 고정관념에 따른 편향된 인식이나 판단이 작용되어서는 안된다. 자녀의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 폭 넓은 탐색과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 미래를 내다 볼 줄 아는 참된 부모의 지혜라 하겠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라 정확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진로선택에 대해 제법 알만한 나이에 이르러서도 자기 자신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여전히 환상적이거나 일시적인 충동에 의해 자신들을 파악하려고든다. 예를 들면, 중학생 수준에서 자기의 직업선택을 생각함에 있어 아직도 국민학교 수준의 직업성숙도에 머물러 있어 '난 앞으로 꼭 대통령이 되겠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얻도록 자녀들에게 많은 직업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노력이다.

대개의 청소년들은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 자신의 일시적 흥미 또는 단순한 동기에 의해서 특정 직업을 좋아할 뿐이지 좀처럼 폭넓게 여러 가지 진로를 생각해 보지 않는다. 따라서 부모들은 되도록 자녀들로 하여금 많은 직업활동에 관심을 갖게 하여 잠정적인 결정이라도 좋으니 이런저런 진로를 탐색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직업세계의 특성, 구조 그리고 그러한 직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조건이나 적성들을 이해하면서 자기 진로선택의 폭을 넓혀 가게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가 일상주변에 있는 직업활동에 대한 지식이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자녀들로 하여금 실제 직업현장을 찾아가게 해서 구체적인 진로정보를  수집하게 하여 '나에게 적합한 직업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도 좋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친척이나 이웃의 도움을 받아 가며 자기가 희망하거나 관심을 갖는 직업을 자기 스스로 확인해 보도록 하는 것은 공부하는 일 이상으로 중요한 교육이 된다.

셋째 부모는 위의 두 가지 작업, 즉 자기 이해와 직업세계의 탐색을 계속시킴으로써 자녀들의 진로계획이 현실적으로 수립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막연하게나마 커가면서 자기의 진로를 계획해 본 아이들과 그러지 못한 아이들의 직업적 성숙도는 큰 차이를 나타낸다. 직업적인 성숙이란 진로선택에 있어 얼마나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