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의 가정위기와 그 극복방안/이훈구

   1. 불황과 대량해고는 어떤 사회적 문제를 가져오는가?

한국은 지난 1965년 이래 30여년간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해 왔다. 국민 일인당 총생산량이 불과 100달러  미만이었던 것이 무려 일만달러로  100배나 증가했다.즉 우리는 지난 30년간 경제불황이나 대량해고를 당해보지 않고 순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니 지난 96년부터 높은 임금과 수출부진에 따라 경기침체의 어두운 먹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고 드디어 금년초에는 외국단기차입금을 갚지 못하여 국가 경제가 파탄에  이르게되었다. 우리는 지나 2~3년전부터  기업의 「군살빼기」정책으로 적지 않은  샐러리 맨들이명퇴자라는 이름으로 퇴직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즉  관악산이나 북한산에는 등산복이 아닌정장을 한 신사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등산하는 광경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곤했다.

그러나 소위 IMF 시대는 과거보다 사정이 훨씬 더  처절하다. IMF는 한국이 필요로 한 달러를 꾸어주는 대신에 부실한 기업은 과감히 도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이제 기업이 퇴직금과 위로금을 두둑히 쥐어주고 명퇴를 시키는 시기는  지나갔다. 공장 전체가 문을닫아야 하는 절박한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1) IMF 시대는 어떤 모습일가?

                             

IMF 시대는 물가는 엄청나게 오르고 반대로 임금은  동결되는, 그래서 경제적 이중고가 겹치는 고난의 시대이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1~2백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여 사회적 혼란과절망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이 IMF  시대에서 고생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택부금,  교육비 등등 지출해야 할항목이 많은 3~40대 샐러리맨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우리 IMF시대가 막연히 고통의시대일 것이라고 짐작은 하면서도 막상 이를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잘되겠지' 하는 안일한생각에 빠지기 쉽다.

만일 그렇게 하다가는 사실상 IMF의 고된 한파가 몰려오면 허둥지둥 당황하기 쉽다. 따라서 IMF시대가 몰고 올 한파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미리 곰곰히 생각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있다.

IMF 한파는 비단 경제적 궁핌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1930년대의 대공황과 1970~1995년에이르는 장기적 불황시기에 어떤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국민의 모든 생활영역에 걸쳐 실로 막대한 후유증을 안겨 주었다. 사회전반에 걸쳐 자살과 범죄가증가하였는데 이는 실직자가 실직에 따른 심리적 경제적 고통 때문에 자살을 많이 했고 또 청소년들이 궁핍한 생활 때문에  죄를 많이 범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많은 후유증이 발생했는데 실직가정에서 이혼률이 증가하였고 실직가장이  부인과 자녀에게폭력을 행사하는 가정폭력이 증가했다. 정신병원  입원율도 높아졌는데 그 원인은 실직자가 실직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학업성적, 심리적 발달도 영향을 받았는데 대공황기를 겪은 아동들의 대학입학 성적은 낮아졌고  자신감과 포부수준이 저하되었다.아울러 사회전반적으로  비판론이 팽배하고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생기를 잃었다.

2) IMF 시대를 지혜롭게 넘길 수는 없는가?

IMF 시대는 경제적 궁핍과 더불어 대량해고를 초래하기 때문에 커다란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것을 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매스컴  및 각종 은행과사회단체들이 거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모으기」운동은 국가의 부족한 달러를  보충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고, 또 IMF위기를 국민적 단합으로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금모으기」운동과 「자원 재활용」운동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사치스럽고 낭비적인  생활을 해오던 것에서 탈피하여 건실한 소비자로서  탈바꿈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줄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IMF 시대에는 대량해고와  이에 따른 전반적 사회침체, 그리고 가정 위기는 회피할 수가 없다. 물론 노사정이  합심하여 해고를 최소화하고 실업연금을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IMF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노사정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직이 가져다 주는 여러 가지 후유증도 그것을 미리 잘파악하고 있으며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이 글은 불황과 대량해고가 우리 가정에  어떤 모습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깃들일  것인가를곰곰히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부가 해야할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글이다. 아울러 IMF시대에는 과거와 다른 생활태도 가치관을 확립하기를 요구하는데 우리 주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야 할지에 관해서 토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