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왜 아이도 부모도 불안한가?

·교수님, 초등학생 자녀가 있으세요?

막내가 중1이고, 큰아이는 고3입니다.·벌써 그렇게 되셨어요? 터울이 많이 지네요?

하나만 키우려 했는데 너무 응석받이로 버릇이 없어서 그만…….·교수님은 교육자이시니 자녀교육에 별 문제가 없지요?

웬걸요.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좋은지 이론으로는 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또 그렇게 만드는 교육환경 때문에 갈등이 더 심하지요.·교수님 자녀들도 학원을 다녀요?

다른 학부모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사(私)교육비가 큰 부담이지만, 안 보내면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교수님도 불안하세요?

아이들은 더 불안해합니다. 생활비를 절약 또 절약해서 교육에 그토록 많이 투자를 해도 자녀의 미래에 밝은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교육문제 이전에 다른 원인이 있습니다.


1) 현대인의 공통적 불안

우리는 과학기술과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덕택에 가난과 질병, 힘든 노동으로부터 상당부분 해방되고 엄청난 풍요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화된 기계로 규격화된 상품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가운데 물질만 중시하여 인간도 하나의 사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 결과 가정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청소년과 노인, 더 나아가 거대한 사회조직의 미미한 부품으로 전락한 현대인은 항상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지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생산력을 높인다고 농약을,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방부제를 무한정 쏟아 부으니, 채소나 과일, 생선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까?\

·식품을 갖고 너무 하는 것 같아요.

이제 교통난과 쓰레기, 각종 중금속오염은 대도시나 공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옛 말레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고 했지만, 하루로 흘러갈수록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그대로 방류되어 오염될 뿐입니다. 하늘도 짙은 잿빛 먹구름입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錦繡江山)은 이제 금수(禽獸)도 살기 힘든 강산이 되었지요. 환경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현대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인간다운 마음마저 상실한 점입니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는 것은 골치 아프다고 회피하고, 크게 늘어난 여가시간에 간편한 오락과 말초적 쾌락을 추구합니다. 고전이나 교양서적보다 만화와 흥미위주로 각색된 비디오를 보며, 집요한 광고공세로 점차 유행과 소비의 노예가 됩니다.

                                       

·교수님, 만화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가령 「이솝우화」「삼국지」「명심보감」처럼 어린이에게 지혜와 상상력을 키워주면서도 어렵고 긴 내용을 재미있고 간명하게 전해주는 만화도 많이 있지요. 다만 생각할 거리는 없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따라서 인스턴트 식품처럼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말 아이들이 낯뜨거운 저질 일본만화를 보게 해서는 안 돼요.

또한 치열한 생존경쟁의 정글 속에서 많은 사람과 교류하지만, 내심 경쟁상대로 간주합니다. 그 결과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술과 마약, 도박, 말초적 쾌락에 탐닉하지만, 그럴수록 쾌락은 커녕 고통만 심해지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사회가 공통적으로 겪는 이러한 불안 이외에도 우리만 젊어진 또 다른 문제 때문에 불안을 느끼지요.

·어떤 문제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