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본질과 언어지도의 원리/노명환
1.서론
인간의 언어는 여러 점에서 참으로 묘하고 신기하다.
첫째로, 언어는 오직 인간에게만 있다. 어째서 언어는 동물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가?
두 번째로, 인간의 언어는 매우 복잡하여 배우기가 어렵다. 만 1세가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하고, 만 2.5세가 되면 상당히 복잡한 문장도 말하고 듣는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 그리도 어려운 언어를 그리도 쉽게 배우는가?
셋째,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인류 중에 문자를 갖고 있는 인류는 문명을 누리고 살지만, 문자가 없는 민족이나 부족(예:아프리카의 부쉬맨 등)은 아직 원시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자가 무엇이길래, 그리고 읽고 쓴다는 것이 무엇이길래 한 개인의 사고발달과 문명 발전이 문자 언어의 사용에 의해 결정되는가
넷째, 국어 교과는 학교에서 지도 되고 있는 여러 교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교과로 인식되고 있다.
수업 시수도 국어교과가 제일 많다. 국어 교과가 무엇이길래 학교 교육에서는 국어과를 그리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
다섯째, 모든 부모들은 자녀들을 머리가 좋은 아이로 키우기를 원한다. 언어 사용이 사고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언어 발달을 도와주면 사고 발달도 꾀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섯째, 아직 3-4세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자꾸만 그림책,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데, 이런아이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어 준다면 어떻게 읽어 주어야 아이의 지능이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고 동시에 문자 학습도 시킬 수 있는가?
이상의 여러 궁금증들은 우리가 생활을 해 가면서, 학교에 다니면서, 그리고 자녀를 낳아 키우면서 갖게 되는 매우 평범한 그러면서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들이다. 이런 문제, 이런 궁금증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생활상의 문제들을 언어라는 측면에서 살펴 보고자 한다. 이 글이 독자들의 궁금증 풀이에 다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인간 언어의 특징
학자들은 동물로보터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으로 여러 가지를 얘기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인간은 예술적 동물이다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렇게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을 열거하는 가운데 반드시 들어가는 하나가 언어이다. 이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들은 다 그들 나름의 의사 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다. 꿀벌은 여러 가지춤의 모양으로 꿀이 있는 방향, 거리, 그리고 꿀의 질을 표현한다. 침판지, 돌고래 등 다른 동물들도 소리나 몸짓 등을 통해 그들 나름의 신호 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물의 신호 체계를 우리는 언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이들의 신호 체계가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신호 체계에 비해 인간의 언어는 매우 복잡하다. 그러면서도 매우 체계적이고 기능적이다. 그 몇 가지만 예로 살펴보자.
첫째, 언어는 소리와 의미 관계가 자의적(姿意的: 필연적이 아니라 임의적인 관련)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앉는 물건인 의자를 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임의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동의만 한다면 의자를 책상으로 말하고,책상을 의자라고 불러도 되는 것이다. 과일의 하나인 ‘배’ 물에 뜨는 ‘배’ 몸의 일부인 배를 같은 소리인’배’로 부르는 것도 자의성이다.
둘째, 인간 언어는 사회적인 약속이며 관습적이다. 언어가 자의적이라고 해도 이 자의성을 한 개인이 함부로 고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가령 책상을 자기 혼자서 자의적으로 의자라고 부를 경우 이런 자의성은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셋째, 언어는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체계, 문장을 이루는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등의 요소들은 그 나름의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가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언어는 언어로서 인정되지 않는다. 에를 들어 “하늘은 넓고 물은 깊다.”는 문장이 되지만, “깊다 넓고 물은 하늘은.”은 문장이 되지 않는다.
넷째, 인간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다. 예전에는 어리다를 어리석다로 사용하였으나, 요즈음은 이 말을 나이가 적다로 사용하고 있다. 동물의 신호 체계에는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다섯째, 인간 언어에는 창조성이 있다. 이 창조성은 단어에서도 그리고 문장 표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면,인간은 새 물건(예; 컴퓨터)을 만들어 내거나 또는 새로운 생각(예; 조지훈의 시 ‘승무’에 나오는 나빌레라) 하게 되면 이에 적합한 언어를 만들어 낸다. 문장도 얼마든지 길게 만들어 낼 수 있다(예;’장미’→>’아름다운 장미’→>’매우 아름다운 장미’→>’참으로 아름다운 장미’등). 동물의 신호 체계에서는 이런 창조성을 발견할 수 없다.
이상의 여러 특성들이 바로 인간의 언어가 갖고 있는 특성디.
그런데 모든 인간은 이렇게 복잡하고 정교하고 기능적인 언어를 어렵지 않게 배우고 사용한다. 인간의 언어 학습은 참으로 신비롭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