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과 유전자/민유리
Ⅰ. 들어가며
지난 1990년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출범한 인간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추진되었을 때 전 세계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를 과거 아폴로 우주계획에 견주는 등 대단한 사업이라고 극찬한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이 과연 신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아냥거림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했던 것은 인간유전체 연구가 완료되면 태어난 아기의 출생신고서는 수많은 유전 정보로 인해 더 이상 A4 용지 한 장에 담지 못할 분량이 될 것이며 미래에 인간은 ‘인종 개발’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우생학 프로그램에 이용되어 우성 인자를 가진 아이는 살아 남고 열성 인자를 가진 아이는 생존의 기회를 박탈당할 것이란 의견이었습니다.
실제 ‘가타카’라는 영화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현실화됐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다루기도 했었습니다.
인간의 게놈(Genome)지도가 완성된 지금, 이제 세계는 다시 인간복제에 대한 논쟁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불치병을 치료하거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이로운 점도 있지만, 과학기술이 반드시 인간에게 유익한 결과만을 가져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는 찬반론 중 그 어떤 주장도 100%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의 실생활을 돌아보더라도 아직까지 유전자 정보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긍정적이거나 보편화 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례로 유전자 변형(GM: Genetic Mutation) 식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생산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에서조차 52%의 성인들이 “유전자를 변형한 농작물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이는 지난 6월 미 ABC 방송이 102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아직까지 유전자가 우리에게 일상적인 것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은 유전자 변형 식품을 합법화한 바 있고, 계속 반대의사를 보여왔던 유럽 연합(EU)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를 인정해가는 추세입니다. 즉, OECD에서는 지난 6월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표방함으로써 유전자 변형 식품을 지지하고 나섰고, 유럽연합에서도 올 2월 유전자 변형 식품 사용규제 지침을 채택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이러한 식품의 유통을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서히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유전자 정보 및 결과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져야 할까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유전자가 무엇인지, 유전자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이로운 점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유전적 정보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