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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CE
조회 수 : 3235
2013.05.05 (19:12:21)
수상부문:  사랑상 
이름:  최성희 

 아버지 !

저도 노년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직장에서는 은퇴라 하는 황 혼의 열쇠를 준다고 합니다. 시계가 한 바퀴를 돌면 60이란 숫자를 주어서 초에서 분으로, 분에서 시간으로 옮겨 놓듯이 저도 지금까지의 제 삶이 또 다른 나의 삶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뒤를 돌아다보고 있습니다.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 아버지는 저의 안부를 점검하러 저의 자취방에 오셨습니다. 혼자 하시는 말씀이 ‘아직도 마음은 열여덟 살 같은데 내가 60이 넘었구나. ...’ 독백 하시며 아버지의 발을 물끄러미 쳐다보시던 60년 전 60이 넘으신 아버지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지금에야 그 때 아버지 심정을 비로소 알 것 같은 불효자가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지난겨울은 무척이나 추웠습니다. 바깥 날씨가 추워서라기보다는 내 마음이 날마다 매를 맞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직장에서 받은 터무니없는 오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너무도 견디기 어려워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많이 가고 싶었습니다. ‘아버지가 저라면 어떻게 하실까?’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어떻게 저를 위로해 주실까?’

죽음의 그림자를 그렸던 초목들이 여린 삶의 체취를 입김으로 내 뿜더니 봄이 왔습니다. 저도 봄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젠 희망의 화신이 나를 품어 주는 듯합니다. 꿋꿋이 견디는 고통이 있었기에 저의 노년기를 그 어느 시기보다 소중하게 보낼 수 있는 삶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을 모았습니다. 땅 속 깊은 곳에서 뚫고 나온 작고 연약한 새싹이 세상을 바꾸어 가듯 저도 제2의 인생의 싹을 틔우려 합니다. 그 힘은 아버지가 주셨습니다.

일본 유학 후 아버지는 성실함을 인정받아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일을 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로 질서가 잡히지 않아서 어수룩한 행정을 할 수도 있었지만 공무원으로서 동전 한 푼 손대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정직함을 어린 우리 형제들에게 말씀해 주실 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한없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삶의 지지대가 그 때 세워졌습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난 지금도 아버지는 내 마음에 계십니다.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정직이 재산이라는 삶의 모토를 지니고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난겨울 아버지의 성실한 가르침이 내 안에 있는 한 직장에서 오해는 이해로 승화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아버지께서 6.25 동난 후, 집안을 안정시키려 고향에 내려 오셔서 삶의 둥지를 트셨습니다. 흙투성이 헐렁한 바지가락을 온 들녘을 쓸고 다니시며 가족 보다 이웃의 일을 더 걱정하시며 아픔을 다독이시던 우리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웠지만 아버지 사랑을 모르게 자란 우리는 목마를 때도 있었답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었습니다. 모든 주민들의 힘이 모아 아버지의 공덕을 기리는 ‘공덕비’앞에 서서 아버지를 늙은 등을 쓸어내리듯 비석의 등을 쓸어 내렸습니다. 쓰러져가는 내 마음도 쓸어 보며 어려움을 극복하던 아버지께 힘을 받아 일어서서 새 봄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버지, 나도 아버지를 닮아 아버지가 되어가렵니다. 내 아들에게 아버지를 알리는 노년이 되는 마음으로 이 시조를 바칩니다.



고향

                                최성희


냉기서린 지붕들도 반가워 벌어지고

서릿발 이고 있는 수줍은 보리이파리

낯익은 손사래 치며 달려드는 그 옛날들

아버지가 정승 되어 날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멈춰보니 외로움에 지쳐있네

이렇게 살았었노라 쉬임없이 타이른다

바로서도 구부러진 아스팔트 신작로가

아기자기 옛이야기를 알고나 있을까마는

그래도 물어야한다 만난이가 너뿐이니

                              

                                   2013년. 4월. 19일


                                     셋째 딸 성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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