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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이 글은 제7차 아산지역사회교육상 수상자 허병두 선생님의 수상 소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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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8회 아산지역사회교육상을 주신 (재)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과 주성민 이사장님,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와 차광은 회장님 등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처음부터 이 상의 맨 앞을 늘 빛내 주시는 고(故) 아산 정주영 선생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분을 한 번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그 분께서 조선소 없이도 주문을 받아오고 배를 만들어 수출한 사례에서 특별한 열정과 발상, 포부와 실행을 읽고 높이 평가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는 실질적 상상력으로서 사회 생활을 하는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는 덕목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또한, 거대한 배를 가라앉혀서 길고 긴 둑을 만든다는 발상 역시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다는 점에서 늘 마음에 새기며 창조적 상상력을 펼치곤 했습니다. 특히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통과해서 방북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인 상상력의 소산이었습니다. 교육적으로 말하자면, 요즘 여기저기서 관심을 보이는 스토리텔링의 영역을 이미 앞질렀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민족의 통일 국가를 만드는 데 중요한 미래적 상상력의 실천이자,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성과입니다.

 

(재)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과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역시 이러한 아산 선생의 발상과 실천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저는 오늘 ‘제8회 아산지역사회교육상’을 기쁘게 받으려 합니다. 이 상이 단지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사회 공헌을 내세우며 또 다른 잘못을 덮으려는 여타 기업체의 얄팍한 행사의 상이었다면 또다시 분명히 거절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상을 기쁘게 받기로 마음 먹은 또 다른 까닭은, (재) 한국지역사회교육연구원 이사장이신 주성민 선생님과 심사위원장이신 한상완 선생님이라는, 지역사회교육과 학교도서관 분야의 두 거목들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주성민 선생님께서는, 제가 1996년, 불과 36세의 나이에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으로 발탁되어 교육정보화 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시절, 그저 머리로만 생각하던 지역사회와 지역사회학교의 관계에 대해서 몸소 감동적인 연설과 정연한 논리로 지금까지도 늘 명심하게 만드신 분이었습니다. 저는 책에서 읽었던 지역사회학교론과, 제가 현실에서 만나는 지역사회학교 간의 간격을 메우고 더하려고 애쓰게 만들어 주신 것입니다. ‘지역’이라는 개념을 제가 늘 떠올리게 된 것은 실질적으로 주성민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심사위원장이신 한상완 선생님 또한 일찍부터 학교도서관과 도서관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기셔서 늘 존경하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아쉽게도 사정이 생기고 상황이 뒤틀어지며 뵙기 어려웠습니다. 나이 50이 넘어가니 이제 아무 상이나 받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나 준다고 상을 덥석 받고 싶지는 더더욱 꺼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늘 존경해 오던 분, 뵙고 싶었던 분께서 심사를 하시고 상을 주신다면 이렇듯 기쁘게 받게 되나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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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현장 실사를 나오신 한상완 선생님께서 저를 만나시고는, 은퇴후에 등단하셨다면서 당신의 시집에 멋진 글을 직접 쓰셔서 주셨습니다. 진실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다녔던 서강대학교에는 종종 멋진 글이 붙어 있곤 했습니다. ‘거목들 사이를 거니니 어느새 내가 훌쩍 커 있었다’라는 글이 떠오르며 그 뜻을 또 한 번 새겨 보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를 훌쩍 크게 만드신, 거목들 - 몇 분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일 듯 합니다.

 

먼저 제가 교직과 교육에 뜻을 잃고 일찌감치 교직 3년차에 사표를 내고 유학을 결심했을 때, 모교인 숭문고로 오게 만드신 모교의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불만도 터뜨리고 실수도 저질렀지만 모교인 숭문의 품은 늘 넉넉했습니다. 서연호 교장 선생님(이사장님), 그리고 서준호 교장 선생님, 돌아가셔서 직접 뵙고 배우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숭문고 졸업생들의 마음에 큰 등불이 되시고 계신 고(故) 서기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하여 저를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 그리고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숭문, 배움의 큰마당’이라는 말을 제가 늘 쓰는 까닭은 이러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입니다.

 

 





이제 저를 교육의 마당으로 이끌어주시고, 교사의 직분을 다하도록 격려해주시고, 여기서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깨우쳐 주신, 저의 결정적인 은사님들께 깊이 감사드릴 차례입니다. 먼저 20세 약관의 청년을 다독이시면서 외국으로 나가는 대신, 국내에서 할 일들을 가르쳐 주시면서 늘 격려해 주신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이시자 서강대 도서관의 모든 것을 만드신 전 서강대 도서관장 신숙원 교수님, 정년퇴임을 하셨지만 건양대학교 부총장님으로 아직까지 일하시고 계신 신숙원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980년에 빛고을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 군부 독재에 대한 혐오 등으로 이 땅을 하루 빨리 뜨고 싶었던 청년을 따뜻하게 감싸주시면서 오히려 우리것, 우리말, 우리 문학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신숙원 선생님께서는, 또한 도서관이라는 세계와 우주를 제게 처음 열어 보여주신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분께서 열어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어둠 속에서 아직도 비틀거리기만 했을 듯 싶습니다. 오늘 신숙원 선생님께 축사를 받고 싶었으나, 모자란 제자는 감히 그러지 못했음을 밝힙니다. 또 다른 결정적인 은사님은, 그렇게 유학을 결심하고 이민을 가려고 했던 저를 우리 문학의 바다에 흠뻑 빠져들게 만드신 분이십니다. 작년에 안타깝게 돌아가신 서강대 국문과의 고(故) 김열규 교수님이십니다.

 

 

그 분께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 ‘강의를 듣고 나오면 하늘이 달리 보였다’고 말할 정도로 문학, 우리 문학에 대해 제대로 눈을 뜨도록 만들어 주신 분입니다. 비록 여러 가지로 힘들게 저희를 다그치셔서 ‘얄개’라는 별명까지 붙여진 분이시나, 그저 막연하게 감동하며 읽었던 수많은 문학 작품들, 수많은 우리 말과 글의 현장을 제대로 살피고 만끽하고 창조하게 만들어주신 은사님이십니다. 저는 묘하게도 커리큘럼이 겹치면서 대학원까지 무려 23학점이나 선생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겹치는 부분은 아둔한 머리에 복습이 되었고 새로운 부분은 늘 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으나 지금까지 저의 문학적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제가 제대로 문학과 우리 말, 우리 글에 대해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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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결정적인 은사님은, 바로 고(故)공병우 박사님이십니다. 공병우 박사님께 일정한 기간 동안 공부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90년대 초반에 공병우 박사님을 뵙게 되면서 저는 어떻게 공부하고,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가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 이미 80세가 넘으셨던 그 분은 연구실에 군용 침대를 갖다 놓고 오로지 한글의 과학화와 기계화를 위해 불철주야 연구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을 위해서 당신의 사재를 털어 [한글문화원]을 만들어 아래한글이나 네이버 등 현재 우리나라의 IT업계를 좌우하는 기린아들에게 정신적이자 물질적으로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그결과 한글의 과학화와 기계화, 정보화, 심미성, 철학성 등에 관해 공병우 박사님을 마음 속 깊이 모시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제가 그 중 하나로서 자임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분은 제가 여쭈어 보는 모든 것들을 언제나 정성스럽게 답변해 주셨으며, 도가니탕과 돈까스를 사주시면서 오로지 담백하고 순수하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공병우 박사님께서는, 우리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세상에 보여주신 큰 의사셨고, 큰 교육자셨습니다. 그분께서 살아계셨다면 저는 그분을 꼭 이 자리에 모셨을 것입니다.

 

여기에 지난 1998년부터 만난 (사) 책따세, 즉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제안해 만든 모임도 아니었는데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지금까지 대표를 맡아 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허둥거리며 허덕대고 있지만, 책따세 선생님들의 훌륭한 자질과 열정적인 태도는, 늘 제가 이 분들을 위하여 봉사하여야 하겠다는 결심하게 만듭니다. 이제 대부분이 제 후배 교사들이지만, 늘 많이 배우고 있음을 부끄럽지만 분명히 밝힙니다. 변변한 기념 행사도 없이 묵묵하게 16년째 자원봉사를 해오시는 선생님들, 깊이 존경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사해야 할 도반들이 있습니다. 제가 가르친, 그러나 지금까지 계속 배우고 함께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고자 노력해온 제자들입니다. 처음에 교사로 근무하였던 영일고등학교의 제자들, 가장 나이 많은 제자들로서 든든하게 저를 이해하고 저를 깨우쳐 주는 도반들입니다. 또한 숭문고등학교의 제자들, 도서반 ‘책누리’ 지도교사와 학급 담임, 교과 담임으로서 만난 제자들 또한 저를 늘 가르쳐주고 깨우쳐 주는 도반들입니다.

제가 가르쳤을 때만 오로지 제가 선생이었을 뿐, 제자들은 늘 제 삶의 동반자들입니다. 이제 이 자리에 많은 분들이 모여서 서로 배우고 나누는 사람들, 진정한 의미의 교사들로서 함께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축사를 맡아주신, 현 서강대 도서관장이자 국문과 교수인 우찬제 교수님은 제가 존경하는 벗으로서 허물없이 서로를 깨우쳐 주며 힘을 북돋아주는 막역지우입니다. 1980년대 초반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며 분개하던 대학 시절이 떠오릅니다. 교육을 통하여 이렇게 평생 함께 할 수 있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힘을 모아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러한 우리 미래 세대들을 많이 키우고 그들을 진실로 만나며 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함께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일, 지역에서 출발하여 세계와 인류로,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아름다운 풍경과 장관을 여러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함께 열심히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4년 2월 20일 수상자 - 숭문고 교사, 책따세 대표 허병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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