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결과확인
평생교육사 현장실습


부모리더십센터
인문교육원
차세대리더십센터
학교리더십센터
시민리더십센터
학교안전센터
도서관친구
평생교육원
아버지다움연구소


맨위로



조회 수 : 4222
2013.05.05 (19:19:10)
수상부문:  사랑상 
이름:  송순영 

  우리 1남6녀는 5월이 다가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아야했던 어린시절은 나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되어 버렸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참으로 마음이 넓고 잘생긴 멋진 남자였다^^

어린 딸들을 정말 예뻐하셨고 술을 드시는 날에는 딸들을 벽쪽으로 쭉 세워 놓으시곤 키를 재고 연필로 벽에다 체크해 놓으시는 걸 참 좋아하셨다.

엄마는 무능한 남편이라고 곧잘 싸우시곤 했다. 어린시절 아버지한테 소리 지르시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가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다보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무능하다고 구박만 받던 아버지는 서울로 돈 벌러 가신다고 집을 장기간 비우시게 되었다. 엄마와 어린자식들은 하루하루 힘들게 그렇게 생활하던 중 몇 년만에 아버지께서 집으로 돌아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막내가 6살 정도로 기억된다.

우린 아버지가 돈을 많이 벌어서 맛있는 것을 많이 사오시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처음 서울가실 때 가져가셨던 연장가방이 전부였다.

왜 그렇게 마르셨는지 몸은 반쪽이 되셨다. 엄마의 잔소리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아버지는 자꾸 배가 아프시단다. 엄마는 배가 아프다고 하시는 아버지에게 소화제를 드렸고 아버지는 소화재를 밥처럼 드셨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쓰러지셨고 병원으로 옮겨진 후 아버지가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린 우리들은 암이 무엇인지 잘은 몰랐지만 암튼 고치기 힘든 병 이라는 걸 듣게 되었다.

3번의 수술.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엄마는 온갖 정성을 다하셨다.

얼마나 살고 싶으신지 엄마에게 살려달라고 울부짖으시는 날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좀 나아진다 싶으면 방문을 활짝 열어놓으시고 마당에서 놀고있는 어린딸들을 바라보시며 흐믓한 미소를 지으시곤했다.

어느날은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아이스크림 콘이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여름이고 동네에 슈퍼가 없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사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오빠가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왔지만 아이스크림은 다 녹아버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니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는 몸이 아프시고 부터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어느날은 텔레비전을 보시다가 바나나가 드시고 싶다고 하더라. 시골에 바나나가 있을 리가 없다. 태어나서 구경도 못해본 바나나를 아버지는 드시고 싶다고 하는거다.

서울에 계시는 작은아버지한테 부탁을 했지만 작은아버지는 시골에 오실 수 없는 형편이란다. 대구에 계신 작은아버지한테 부탁을 했더니 다행히 사가지고 오실 수 있다고했다. 꼭 드시고 싶어하시는 바나나를 엄마는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나보다. 그렇지만 대구에 사시는 작은아버지도 직장을 다니셔야해서 금방 오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며칠을 기다려 작은아버지께서 바나나를 사가지고 오시겠다고 했다.

병의 악화로 혀가 굳으셔서 말도 잘 못하시는 아버지였지만 눈으로 웃고 계심을 알 수 있었다.



1985년 5월5일 어린이날.

남들은 어린이날이라고 좋아하지만 우리는 밭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점심때가 되어 밥을 가지러 집에 가신 엄마가 오시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오라는 옆집 아주머니의 말씀에 집으로 돌아가니 하얀 깃발이 우리집 지붕에 걸려있더라. 무슨 일이지? 아버지의 죽음...믿기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어린이날 눈을 감으셨다. 작은아버지가 바나나를 가지고 도착하기 전에 아버지는 하늘나라로 가버리셨다. 무엇이 그리 급하셨는지 그렇게 드시고 싶다던 바나나를 드셔보지도 못하고 가셨는지.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눈도 감지 못하시고 돌아가신 아버지... 아내와 어린자녀 7명을 남기시고 가시려고 했으니 차마 눈도 감을 수 없었나보다.

키가 유난히 크셨던 아버지. 183cm키를 감당할 만한 관이 없었는지, 아마도 돈이 없었다고하는게 맞을거다. 아버지의 두발은 관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것이 한이 되어버린 엄마.

우리는 지금도 노란 바나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예 바나나를 드시지를 않는다.

지금도 아버지 제사상에는 아주 커다란 바나나가 통째로 올려진다.

요즘에는 아주 쉽게 먹을 수 있는 바나나가 가끔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오고 있다.

오빠는 올해도 아주 커다란 바나나를 아버지의 제사상에 올려놓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보고 싶은 아버지 생각에 눈물만 흐를 뿐이다.

그렇게 살고 싶어서 울부짖으셨던 아버지.

5월이 되면 한없이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보고싶은 아버지.

오늘도 나는 지갑 속에 있는 아버지 사진을 들여다본다.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명의 며느리와 6명의 사위와 15명의 손주들과 함께 했더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였을텐테...

보고싶다. 그이름 아. 버. 지 

Tag List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