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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51

한국에서 일하는 모든 평생교육사님들께


우리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소중한 꿈을 지키고 싶어요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사무총장 이주연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사무총장 이주연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원래 강의실이었습니다. 그곳에는 교탁과 책상과 의자가 있었습니다. 열정에 넘쳐 흥분하며 큰소리로 강의하던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서둘러 공부하러 온 엄마들이 있었습니다. 졸리고 피곤하지만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하던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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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강의실의 집기는 모두 강제철거되었다



지금 그곳에는 이불과 전기장판 그리고 작은 난로가 있습니다. 강의실에 이불이라니. 저 이불에는 엄마들을 반갑게 맞던 직원들과 협의회에서 공부했고 강의를 했던 분들이 밤마다 강의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강의실 벽에는 액자도 포스터도 없습니다. 락커로 쓴 낯선 구호들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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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이 격려의 의미로 만들어 전달해 준 책갈피


하지만 힘내라고 도시락도 가져다주시고 샌드위치도 가져다주시고 예쁜 책갈피를 직접 만들어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냥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쳐다봐주시는 분들. 그분들이 돌아가고 나면 저도 모르게 작은 한숨이 납니다.


왜 내가 이런 조끼를 입고 왜 내가 거친 말을 해야 하는지. 어쩌다 이 아름답고 열띤 공간이 이렇게 싸움터가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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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리더십센터, 열띤 공간이 이제는 명패만 남아 있다


50년 넘게 이곳은 여성들의 꿈을 지키던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누구의 엄마로, 누구의 아내로 살던 여성이 학교와 지역의 주체로 다시 태어나던 곳이었습니다. 대화법도 배우고 예절도 배우고 글쓰기도 배우던 곳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주부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가정과 사회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꿈들이 모이던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엄마들은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로 갑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방과 후 교사가 됩니다. (저희는 ‘지도자’라고 부릅니다) 엄마들은 이제 다른 호칭을 갖게 됩니다. 선생님!! 그 말 한마디로 엄마들은 이제 진짜 꿈을 갖게 됩니다. 가족이란 말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새로운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요즘 엄마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결혼 전과 전혀 달라진 자신의 처지를 보며 한탄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난 왜 사는 걸까?” 무너지는 자존감은 아이들의 학교에서 지역사회 교육 현장에서 다시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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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교육회관을 자주 찾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7,800명의 엄마, 지도자 아니 선생님들! 그동안 협의회에서 같이 공부했던 분들입니다. 가정에서 사회로 이 분들은 삶의 의미를 몸으로 실천하셨습니다. 현재 협의회는 전국적으로 30개 지역에서 터를 잡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교 어머니회 리더십교육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부모 교육, 인문예절 교육, 독서 교육 등 평생교육의 중요한 축이 되었습니다. 평생교육은 1960년 대 후반 프랑스 대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을 개방해서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국은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역사회교육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0년 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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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여성들의 꿈을 한 번에 앗아가는 일이 2019년 3월 15일 생겨났습니다. 책상과 의자, 교탁, 칠판, 집기들을 강제로 철거하고 사업 집행을 위해 사용하던 통장에 압류가 걸렸습니다. 협의회 실무자들은 노란 조끼를 입은 30명의 사람들이 몰려 들어 우리들의 꿈을 물리력으로 들어내던 날. 사실 우리는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진짜 힘들었던 것은 이 모든 일을 일으킨 분들. 바로 저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엄마들을 만나게 해주었던 그리고 지역사회교육을 50년간 힘들게 지켜왔던 저희의 선배님들이었습니다. 존경하던 선배님들이 왜 우리를 교육장에서 끌어내고 어떤 교육도 할 수 없게 통장에 압류를 걸었을까? 왜 아는 분들이… 우리의 고통과 어려움을 아는 분들이 왜! 왜!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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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철거로 인해 텅빈 강의실


20년이 넘게 일해왔던 곳에서 저는 제 일 전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고 돈을 빼돌리지도 않았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면서 한 걸음씩 걸어왔던 20여 년의 삶이 하루아침에 통째로 날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꼴을 당하는지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사실 이것도 작은 충격입니다. 저를 믿고 함께 일하던 후배들에게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전국에 있는 30개 지역협의회 분들의 얼굴을 뵙는 것은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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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사실 물러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들의 희망을 뺏은 제 선배들과 제가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후배들에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선배들처럼 될 수는 없었습니다. 50년간 작은 시골 학교에서 강의하던 엄마의 웃음을 뺏을 수는 없었습니다. 전국 지역협의회에서 평생교육 역사의 현장을 힘들게 지키고 있는 우리 동료들의 신뢰를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말하려고 합니다. 제 마음도 지금 협의회가 겪는 일도 모두가 알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이 자리를 지키는 것도 그동안 저를 응원해주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여러분에게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선배들은 어떻게 협의회를 공격했는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여러분의 의견도 모으고 제 뜻도 알리는 그런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응원 댓글도 좋습니다. 아픈 소리도 듣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주시는 것이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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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꿈을 지키기 위한 현수막


한 분 한 분 다 만나고 싶지만 당장은 이 꿈의 현장을 지켜야 합니다. 그 동안 지면에서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매주 한 편씩 연재를 하겠습니다. 이 연재가 끝날 때 즘 엄마들의 웃음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KACE) 사무총장 이주연 드림

[원본출처 : http://www.lef.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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